님에게 드리는 트래비의 여행이야기 2023.07.03 |
안녕하세요. 트래비 레터 10호를 전해 드리는 에디터 SG입니다.
맛있는 음식은 여행의 직관적인 즐거움입니다. 기대 이상의 맛을 만나면 온몸이 짜릿짜릿하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집니다. 저만 그런가요?(웃음) 여행이 질리지 않는 취미가 되는 데 음식의 공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먹거리 중 접근성이 좋은 건 단연 빵입니다. 적당한 가격과 보증된 맛은 물론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죠. 프랑스에서 즐기는 블랑제리(바게트·캉파뉴 등)와 비에누아즈리(크루아상·팽 오 쇼콜라 등), 이탈리아의 치아바타, 뉴욕의 베이글과 도넛, 샌프란시스코의 사워도우 등이 떠오르네요. 빵을 활용한 햄버거, 반미, 샌드위치, 고등어 케밥, 피자 등의 음식도 빠트릴 수 없죠.
최근 미국에서 온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다녀온 김에 여행 중에 만난 빵들도 곱씹어봤습니다. |
 | 해남 카페 가이드북 '달달구리 해남' 취재 때 만난 해남 빵명장 |
우리나라의 빵 역사는 1890년대 외국 선교사들을 통해 시작했으며, 본격적인 빵 소비는 1920년대 제분공장 및 풍국제분주식회사 설립 이후다. 현재는 먹거리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빵지순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고, 전국 유명 빵집 앞의 엄청난 대기 인파와 오픈런도 놀랄 일이 아니다. |
 | 베이글은 여전히 빵 유행의 최전선에 있다. 올 여름 잠실에 런던 베이글 뮤지엄도 오픈한다. 사진은 잠실 니커버커 베이글 |
섭취량을 봐도 그렇다. 쌀은 감소하는 반명 빵은 2012년 18.2g에서 2020년 19.4g(질병관리청, 2022)으로 증가했다. 개수로 보면 1인당 연간 78~92개 정도. 빵 소비 시장이 커지면서 해외 제과 제빵 브랜드도 속속 들어와 빵 문화의 저변을 넓혔다. 2013년 브리오슈도레(프랑스), 몽슈슈(일본) 2014년 곤트란쉐리에(프랑스), 2016년 베이크(일본), 2018년 타르틴(미국) 등이 오픈했다. 빵 속에 다양한 재료를 채워 넣는 샌드위치와 햄버거 등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데, 이슈의 중심에는 해외 브랜드가 있다. 전국 25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쉐이크쉑(ShakeShack), 스타 셰프를 앞세운 고든램지버거, 작년 10월 문을 연 슈퍼두퍼(Super Duper), 그리고 6월26일 오픈한 파이브가이즈(FIVE GUYS) 등이다. |

강남역 근처 3번째 매장을 준비하고 있는 쉐이크쉑 그렇게 맛있어?
트래비 레터(협찬 아님)를 핑계로 파이브가이즈를 다녀왔다. 아직 긴 기다림은 필수다. 일요일 오전 7시50분에 도착해 대기 107번을 받았고, 강남에서 4시간 10분을 방황한 끝에 주문대 앞에 섰다. 대기 예약만 하면 돌아다닐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
 | 오전 7시50분에 대기 완료했고, 정오에 매장에 들어갔다. 오픈은 오전 11시. 시간을 갖고 여유를 즐겨보라는 멘트에 킹 받는다 |
강렬한 빨간색으로 뒤덮인 공간은 미국 현지 분위기가 났고, 무료 땅콩을 씹어 먹으며 오픈 키친을 보는 맛도 있다. 알려진 대로 15가지 토핑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처음 갔으니 햄버거+피클 뺀 올 더 웨이(마요네즈·케첩·머스터드·양상추·토마토·그릴드 어니언·그릴드 머쉬룸)와 파이브 가이즈 스타일 감자튀김 리틀, 탄산음료를 주문했다. 큰 의미는 없지만, 8가지 버거x15가지 토핑으로 25만가지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
 | 강남대로는 미국 햄버거 브랜드들의 격전지다 |
음식이 담긴 종이 가방을 뜯어 쟁반을 대신한다. 파이브 가이즈만의 감성(?)을 잠깐 느끼고 땅콩과 감자튀김을 쏟는다. 포일에 쌓인 뜨거운 햄버거는 되도록 빨리 열자. 조금만 지체해도 햄버거 번이 축축함을 넘어 젖어버리니까.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조금 심심하다. 달리 말하면 햄버거 특유의 정크푸드 느낌이 없다. 외식이 아니라면 최대한 저염식을 추구하는 사람(평소 식단 - 밥+소금 없는 고기 또는 생선구이, 소금, 설탕 없는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토마토)이 먹기에도 부담 없다. 짠맛을 즐긴다면 치즈, 베이컨, 치즈+베이컨 버거를 주문하면 될 것 같다. 또 고기 고기 느낌보다 채소와 패티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패티가 한 장 들어가는 리틀을 주문하는 것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
 | 종이 가방으로 쟁반을 대체한다 |
 | 자리 잡느라 포일을 조금 늦게 열었더니 햄버거 번이 축축하다. 아쉬운 부분 |
땅콩기름을 활용한 감자튀김은 엄지를 들고 싶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햄버거(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 포함) 브랜드 중 가장 좋았다. 감자 고유의 맛이 풍부하고 기름진 느낌 없이 깔끔하게 튀겼다. 조금 짭짤하지만 계속 손이 간다. 지금처럼 극악한 대기만 없다면 휙 들어가서 맥주와 감자튀김, 땅콩만 간식으로 먹고 싶을 정도다. |
결론은?
3곳의 미국 브랜드 모두 즐거운 경험이었고, 맛과 가격을 토대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햄버거 인앤아웃 >= 쉐이크쉑 = 파이브가이즈 감자튀김 파이브가이즈 > 인앤아웃 > 쉐이크쉑
물론 만족도는 지점(인앤아웃은 애너하임, 쉐이크쉑은 강남&라스베이거스)마다 다르고, 직원의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
 | 애너하임에서 즐긴 인앤아웃 더블더블(오른쪽). 패티는 쉐이크쉑과 파이브가이즈와 비교하면 아쉽지만 채소의 싱싱함, 맛의 균형을 생각하면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가격은 두 브랜드의 반값 수준이다 |
 | 라스베이거스에서 먹은 쉐이크쉑. 놀랍게도 한국과 맛이 똑같다. 정형화에 성공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
마지막으로 가격 이야기. 일반적인 세트 구성을 주문하고 2만4,200원을 결제했다. 외식할 때 가격보다는 맛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맛이 좋으면 비싸도 괜찮고, 맛이 별로면 저렴해도 괜찮지 않다. 파이브가이즈의 버거가 전에 없던 새로운 맛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감자 튀김이 훌륭했고, 유명 브랜드를 경험했다는 측면에서 적당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이곳을 위해 한 번쯤 시간을 써도 괜찮다는 의미다. 햄버거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일도 즐거움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파이브가이즈도 당연히 가볼 만하다. |
 | 맛있는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찾아다니는 여정은 꽤 즐겁다. 사진은 2018년 파리 크루아상 1위 La Maison d’Isabelle |
미식 경험치를 올려준 빵들
햄버거 이야기는 이제 끝내고 여행 중 만난 인상적인 빵 경험을 풀어본다. ‘빵’ 하면 역시 프랑스다. 블랑제리(boulangerie),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 파티세리(patisserie)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맛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여행지인 파리, 유명세와 상관없이 보이는 곳에서 먹어도 괜찮다. 그럼에도 시간을 들여 맛과 이야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게 여행의 묘미다. 여행 전 Meilleur (Baguette, Croissant, Éclair au Chocolat) de Paris (연도)로 검색하는 것도 소소한 방법이다. 그해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바게트와 크루아상 가게를 알아볼 수 있으니까. |
 | La Maison d’Isabelle의 크루아상 |
마지막 파리 여행 때 2018년 크루아상 1위를 거머쥔 ‘La Maison d’Isabelle’을 방문했는데 엄청난 유명세에도 크루아상 가격은 단돈 1.2유로(당시 환율로 1,500원, 지금은 약 1,750원). 5,000원(크루아상 2개+커피)으로 누릴 수 있는 확실한 행복이다. 센강까지 걸어서 5분이니 한 개는 가게 앞에서 나머지는 센강에서 즐겨보자. 꽤 호사스러운 아침 식사가 될 것이다. 코를 뚫고 들어오는 버터의 풍미, 파삭파삭한 겉면(0.4유로 상당의 양을 땅에 흘림)과 촉촉한 속의 조화가 무척 좋다. |
 | 오사카 나카타니테이의 시그니처 초콜릿 케이크 '카라이브' |
옆나라 일본도 남부럽지 않은 빵 맛집이다. 야끼소바빵, 멜론빵 등 자국 문화가 투영된 것도 있지만 파티세리 수준도 상당히 높다. 초콜릿과 초콜릿을 활용한 달콤한 것들에 무척 관심이 많은데. 이상적인 초콜릿 케이크는 오사카에서 찾았다. 난바(도톤보리)에서 10~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초콜릿 살롱 ‘나카타니테이(なかたに亭, Nakatanitei)’다. 이곳의 초콜릿 케이크, 카라이브(caraibe)는 진한 맛이 매력이다. 동시에 텁텁하지 않아 마지막 포크질까지 즐겁다. |
 | 벨기에 브뤼헤 'De Jonkman'의 빵 |
어떤 경험이든 첫 번째는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첫 유럽 여행(2014년), 첫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만난 빵의 질감과 맛은 여전히 선명하다. 벨기에 브뤼헤의 2스타 레스토랑 'De Jonkman'(지금도 2스타)은 생선과 해산물을 잘 다루는 레스토랑으로, 지역에서 손에 꼽히는 미식 명소다. 아늑한 공간도 매력 포인트. 이곳의 빵은 겉은 바삭, 속은 부들부들해 식감의 대비가 훌륭했다. 구수한 곡물향에 취해 쉽사리 내려놓지 못했고, 결국 삼빵했다. 이 경험을 시작으로 유럽의 파인다이닝에 큰 관심이 생겼다. 탕진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울음). |
 | 일도 하고 휴가도 즐기는 워케이션(Work+Vacation) 여행지로 시골 마을만한 곳도 없다. 한적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휙휙 업무를 처리하다가, 지치면 언제든 툴툴 털고 천혜의 자연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면 그만이다. 우리나라 정중앙 괴산에서 촌스러운 ‘팜케이션’을 즐겼다. | |
 | 감출 수 없는 감동, 백두산 천지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백두산이 열렸다. 지난 3년간 많은 것이 변했다지만, 백두산만큼은 그대로라는 소식이 반가웠다. 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도, 삼대가 복을 쌓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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